아들에게 명의 통장을 빌려줬는데 지급명령이 왔습니다. 아버지가 대신 갚아야 할까요?
질문
신용불량자인 성인 아들을 위해 아버지 명의로 통장을 개설하여 사용하게 했습니다.
약 3년 후 모르는 사람들이 찾아와 아들이 아버지 명의의 통장으로 사업자금을 거래한 뒤 돈을 갚지 않고 잠적했다며, 계좌 명의자인 아버지가 약 1,000만 원을 대신 갚으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로부터 2주 정도 지난 뒤 아버지를 채무자로 한 지급명령이 송달되어 현재 이의신청을 한 상태입니다.
아버지 명의의 통장을 사용했다면 아들의 채무를 대신 갚아야 하나요?
지급명령에 이의신청하면 이후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답변
아들이 아버지 명의의 통장을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아버지가 아들의 채무를 대신 갚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돈을 빌린 사람이 아들이고 아버지가 차용계약이나 동업계약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원칙적으로 아들이 채무자입니다. 다만 아버지가 자신의 명의로 사업하도록 허락했거나 직접 보증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1. 계좌 명의자와 돈을 빌린 사람은 구분해야 합니다
아버지 명의의 계좌로 돈이 입금되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돈을 빌린 사람이 아들이라면 대여금반환채무도 아들이 부담합니다.
계좌 명의는 돈을 송금받은 계좌의 명의자를 보여줄 뿐입니다. 아버지가 채권자에게 직접 돈을 빌려 달라고 요청했거나 돈을 갚기로 약속했다는 사실까지 증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채권자는 아버지가 금전소비대차계약의 당사자이거나 보증인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합니다.
2. 명의대여자로서 책임을 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버지가 단순히 계좌만 사용하게 한 것이 아니라 아들에게 자신의 이름으로 사업하도록 허락했고, 상대방도 아버지를 실제 사업주로 믿고 거래했다면 상법상 명의대여자 책임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도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명의로 사업자등록과 인터넷 판매업을 하도록 허락하고 대금 수령계좌까지 제공한 경우 명의대여자에게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 명의의 계좌를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명의대여자 책임이 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업자등록, 계약서, 명함, 문자메시지와 거래 당시의 설명 등을 종합하여 아버지가 자신의 이름으로 영업하도록 허락했는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3. 사기 범행을 알지 못했다면 불법행위책임도 바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아버지가 아들의 사기행위를 알고 통장을 제공하거나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면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반면 아버지가 아들의 거래내용이나 사기행위를 알지 못했고 돈을 직접 사용하지도 않았다면 계좌를 제공했다는 사실만으로 피해금 전액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통장이나 체크카드, 비밀번호 등 접근매체를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빌려주는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상 별도의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것과 아들의 대여금채무를 대신 부담하는 문제는 구분해야 합니다.
4. 지급명령 이의신청 후에는 정식소송이 진행됩니다
지급명령을 송달받은 날부터 2주 이내에 적법하게 이의신청했다면 지급명령은 확정되지 않습니다. 이후 사건은 정식 민사소송으로 넘어갑니다.
아버지는 답변서에 다음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합니다.
돈을 빌리거나 갚기로 약속한 사람은 아들이라는 사실
아버지는 채권자와 차용계약이나 동업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사실
아버지가 보증하거나 연대하여 갚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는 사실
입금된 돈을 아들이 관리하고 사용했다는 사실
아버지는 아들의 거래내용이나 사기행위를 알지 못했다는 사실
통장거래내역, 아들과 채권자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계약서와 고소장 등도 확보해야 합니다.
실무해설
이 사건의 핵심은 계좌 명의가 아니라 누가 돈을 빌렸고 누구와 동업계약을 체결했는지입니다.
아버지가 단순히 계좌를 사용하게 했을 뿐이라면 아들의 채무를 대신 갚을 책임은 없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명의로 사업하도록 허락했거나 채권자에게 자신이 거래당사자인 것처럼 행동했다면 명의대여자 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급명령 이의신청만으로 끝내지 말고, 정식소송에서 아버지가 계약당사자나 보증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답변서와 증거를 통해 적극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법률 근거
금전소비대차계약에 따른 반환책임은 돈을 빌리고 반환하기로 약정한 계약당사자가 부담합니다.
부모와 성인 자녀는 별개의 권리·의무 주체이므로 자녀의 채무를 부모가 당연히 부담하지 않습니다.
상법 제24조에 따라 다른 사람이 자신의 성명이나 상호를 사용하여 영업하도록 허락했다면 명의대여자는 자신을 영업주로 오인하여 거래한 제3자에게 명의차용자와 연대하여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버지 명의의 계좌가 사용되었다는 사실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계약 체결 경위, 명의사용 허락의 범위와 상대방이 실제 거래당사자를 누구로 알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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