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살았는데 나가라면? 많은 분이 모르는 지상권 이야기
질문
시어머니 소유의 집에서 함께 살고 있습니다.
시아버지 때부터 50년 넘게 거주한 곳인데, 토지는 여러 사람이 소유한 종중 땅입니다. 처음에는 무허가건물이었지만 2000년경 시아버지 명의로 건물만 등기했고, 시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시어머니 명의로 변경했습니다.
- 건물이 등기되어 있어도 토지소유자가 나가라고 하면 건물을 철거하고 토지를 돌려줘야 하나요?
- 토지에 대한 권리가 없어도 등기된 건물만 다른 사람에게 팔 수 있나요?
답변
건물등기가 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종중 소유의 토지를 계속 사용할 권리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건물소유자에게 임차권, 지상권 또는 그 밖의 토지사용권이 없다면 토지소유자는 건물철거와 토지인도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토지소유자가 이사비나 건물가격을 반드시 지급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등기된 건물은 토지와 별개의 부동산이므로 건물만 매매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매수인은 건물과 함께 토지사용권까지 자동으로 취득하는 것이 아닙니다. 토지를 사용할 권리가 없다면 매수인도 건물철거청구를 받을 수 있어 실제 매매는 어렵습니다.
50년 넘게 거주했다는 이유만으로 지상권을 시효취득하는 것도 아닙니다. 지상권의 시효취득이 인정되려면 단순히 토지를 장기간 사용한 것을 넘어 지상권자로서 토지를 사용해 왔다는 사실이 확인되어야 합니다.
실무해설
1. 건물등기와 토지사용권은 별개입니다
우리 법은 토지와 건물을 각각 별개의 부동산으로 취급합니다. 따라서 건물만 소유권등기를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건물등기가 되어 있다고 하여 그 부지에 대한 지상권이나 임차권까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건물소유자가 토지를 계속 사용하려면 다음과 같은 권리가 있어야 합니다.
① 토지소유자와 체결한 임대차계약
② 토지소유자가 설정해 준 지상권
③ 사용대차 등 토지사용에 관한 약정
④ 법정지상권 또는 관습법상 법정지상권
⑤ 시효취득한 지상권
이러한 권리가 없다면 토지소유자는 소유권에 기초하여 건물철거와 토지인도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2. 50년 거주했다는 사실만으로 지상권을 취득하지는 않습니다
민법 제248조와 제245조에 따라 지상권도 시효취득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20년 이상 평온·공연하게 토지를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지상권의 시효취득이 인정되려면 점유가 지상권을 행사하는 실질을 갖추고 있어야 하고, 객관적으로도 지상권자로서 토지를 사용하려는 의사가 확인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토지소유자의 단순한 호의나 묵인 아래 무상으로 거주했거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토지를 사용했다면 지상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임대차에 따른 사용은 임차권을 행사한 것이지 지상권을 행사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도 다른 재산권을 시효취득하려면 해당 권리를 행사하는 실질과 의사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50년이라는 기간보다 그동안 종중과 어떤 관계에서 토지를 사용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3. 관습법상 법정지상권도 바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토지와 건물이 원래 같은 사람의 소유였다가 매매·증여·경매 등으로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에 인정되는 권리입니다.
질문의 토지는 처음부터 종중 소유였고 건물만 시아버지 또는 시어머니 소유였다면, 토지와 건물이 동일인의 소유였다가 분리된 경우가 아닙니다. 이 사실관계라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다만 과거 토지와 건물의 소유관계가 달랐거나 종중이 건물의 신축과 소유를 허락하면서 장기간 토지사용권을 인정한 자료가 있다면 구체적인 계약관계를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4. 건물만 팔 수 있지만 매수인이 위험을 떠안게 됩니다
등기된 건물은 독립된 부동산이므로 법률상 건물만 매매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건물을 매수했다고 하여 토지사용권까지 당연히 이전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 건물소유자에게 지상권이나 임차권이 있었다면 그 권리의 이전 가능성을 검토해야 하고, 아무런 토지사용권이 없었다면 매수인도 토지소유자의 건물철거청구에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등기된 건물이므로 팔 수 있다”는 시아주버님의 말은 형식적으로는 맞습니다. 하지만 토지사용권이 없는 건물을 정상적인 가격에 매수할 사람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5. 이사비나 건물가격을 당연히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토지소유자가 건물철거와 토지인도를 청구한다고 하여 건물소유자에게 이사비나 건물가격을 지급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임대차관계가 인정되고 일정한 요건을 갖췄다면 지상물매수청구권이 문제 될 수 있지만, 토지를 아무런 권원 없이 사용한 경우에는 이를 행사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토지소유자는 건물철거와 토지인도뿐 아니라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한 기간의 차임 상당 부당이득까지 청구할 수 있습니다.
정리
이 사건의 결론은 50년이라는 거주기간이나 건물등기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① 종중이 처음 토지사용을 허락한 경위
② 토지 사용료나 지료를 지급했는지
③ 임대차계약서 또는 사용승낙서가 있는지
④ 종중 총회나 대표자가 건물 소유를 승인했는지
⑤ 토지와 건물이 과거 동일인의 소유였던 적이 있는지
⑥ 토지소유자들이 그동안 어떤 권리를 인정해 왔는지
이러한 자료를 확인해야 합니다.
토지사용권이 없다면 건물철거청구에 응해야 하지만, 장기간의 사용 경위에 따라 임대차나 지상권 설정약정 또는 지상권의 시효취득이 인정될 여지는 있습니다. 따라서 오래 살았다는 사실만 믿고 대응하기보다 종중과 주고받은 문서, 지료 지급자료 및 건물등기 경위를 먼저 확보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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