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못 받았는데, 입금받은 사람에게 직접 돈을 돌려달라고 할 수 있을까?
질문
거래하던 회사 사장으로부터 동업자라는 사람을 소개받았습니다. 그 사람은 동남아 현지에서 근무하며 물품을 생산한다고 했습니다.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그 사람이 알려준 계좌로 대금을 직접 송금했지만 현지 사정으로 생산이 중단되어 물품을 받지 못했습니다.
대금 반환을 요구하자 자신은 동업자가 아니라 회사 직원일 뿐이라며 반환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국내 회사는 이미 부도난 상태입니다.
입금내역을 근거로 물품대금을 직접 받은 사람에게 반환을 청구할 수 있나요?
답변
입금내역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계좌명의자 개인에게 곧바로 물품대금 반환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사람이 자신의 명의로 물품을 판매하기로 약정했다면 계약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으로 대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그 사람이 회사의 직원이나 수금대리인으로서 회사의 지시에 따라 돈을 받았고 그 돈이 회사에 귀속됐다면, 물품대금 반환책임은 원칙적으로 계약 당사자인 회사가 부담합니다. 회사가 부도났다는 이유만으로 직원이 회사의 채무를 대신 부담하지는 않습니다.
그 사람과 송금인 사이에 돈을 받을 법률상 원인이 없고, 송금받은 돈이 그 사람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됐다면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계약 당사자가 누구인지, 누가 송금을 지시했는지, 송금받은 돈을 누가 사용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실무해설
1. 돈을 받은 사람과 계약한 사람이 같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품매매계약의 상대방은 계약 내용에 따라 결정합니다. 계좌명의자가 누구인지는 계약 당사자를 판단하는 여러 자료 중 하나일 뿐입니다.
회사가 물품을 판매하면서 직원이나 동업자의 개인계좌로 대금을 보내라고 지시했다면 계좌명의자는 단순한 수금 담당자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물품을 공급할 의무와 공급하지 못했을 때 대금을 반환할 의무는 회사가 부담합니다.
따라서 다음 자료를 확인해야 합니다.
① 물품의 가격과 수량을 협의한 사람
② 주문을 받고 공급을 약속한 사람
③ 송금계좌를 알려준 사람
④ 견적서·계약서·거래명세서에 표시된 판매자
⑤ 세금계산서나 영수증의 발행자
⑥ 물품대금을 송금한 뒤 누구에게 주문 확인을 받았는지
계좌명의자가 스스로 물품을 판매한다고 말하고 대금을 받았다면 개인을 계약 당사자로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모든 거래가 회사 명의로 이루어졌다면 회사가 계약 당사자일 가능성이 큽니다.
2. 부당이득반환청구는 법률상 원인이 없어야 합니다
송금인과 계좌명의자 사이에 아무런 법률관계가 없는데 계좌이체로 계좌명의자가 예금채권을 취득했다면 송금인은 계좌명의자에게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계좌명의자가 회사의 수금대리인으로 적법하게 돈을 받았거나 받은 돈을 곧바로 회사에 전달했다면 결과가 달라집니다. 그 사람에게 실질적인 이득이 귀속되지 않았다면 개인에게 반환책임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대법원도 계좌이체의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가 없다면 수취인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지만, 수취인에게 실질적으로 이득이 귀속되지 않았다면 반환의무를 부담시킬 수 없다고 판단합니다.
따라서 “입금내역이 있으므로 입금받은 사람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면 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3. 자신이 직원이었다는 주장만으로 책임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계좌명의자가 자신은 회사 직원이었다고 주장하더라도 그 말만으로 개인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사실이 확인되면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① 자신이 동업자나 판매자라고 소개한 경우
② 개인 명의로 물품 공급을 약속한 경우
③ 회사에 전달하지 않고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경우
④ 처음부터 물품을 공급할 의사나 능력 없이 돈을 받은 경우
⑤ 회사가 아닌 자신이 대금을 반환하겠다고 약속한 경우
반대로 송금한 사람이 그 사람이 직원이 아니라는 점만 주장해서도 부족합니다. 개인을 계약 당사자로 볼 수 있는 대화내용과 돈이 개인에게 귀속됐다는 자료를 확보해야 합니다.
4. 회사가 부도났다고 개인에게 바로 청구할 수는 없습니다
회사가 폐업하거나 부도났더라도 회사와 개인은 별개의 권리주체입니다.
회사가 계약 당사자라면 회사에 계약해제 통지를 하고 물품대금 반환을 청구해야 합니다. 회사에 재산이 없다면 승소하더라도 실제 회수가 어려울 수 있지만, 그 사정만으로 직원이나 동업자라고 소개된 사람이 회사 채무를 대신 부담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사람이 회사와 공동으로 거래를 진행했거나 허위사실로 송금을 유도했다면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물품을 공급할 의사가 없었는데도 대금을 받았다면 사기죄도 문제 됩니다.
단순히 물품생산이 중단됐다는 사실만으로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송금 당시부터 공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는 증거가 필요합니다.
5. 해외에 있다면 주소와 국내 재산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동남아 현지에 거주한다면 소장 송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정확한 성명, 주민등록번호 또는 생년월일, 국내 주민등록상 주소와 해외 주소를 확인해야 합니다.
판결을 받더라도 상대방에게 국내 예금이나 부동산 등 집행할 재산이 없다면 현지에서 별도의 승인·집행절차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소송을 제기하기 전 다음 사항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① 상대방의 국적과 국내 주소
② 송금계좌의 명의와 개설은행
③ 국내에 보유한 재산의 존재 여부
④ 회사로 돈을 전달했다는 자료의 존재 여부
⑤ 현지에서 운영한 사업체의 명칭과 대표자
정리
이 사건에서는 입금내역만으로 결론을 내릴 수 없습니다.
계좌명의자가 직접 물품을 판매하기로 약정했다면 계약해제에 따른 대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계약관계 없이 개인적으로 돈을 보유했다면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회사의 직원으로서 대금만 수령하여 회사에 전달했다면 원칙적으로 회사가 반환책임을 부담합니다.
따라서 먼저 문자, 이메일, 메신저 대화, 견적서와 송금계좌 안내내용을 확보하여 누가 판매자였는지와 돈이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귀속됐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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