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지라면 이웃 땅에 지역권을 강제로 설정할 수 있을까?
맹지를 소유하고 있어 다른 사람의 토지를 지나야 한다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여 지역권을 강제로 설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법원이 맹지라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지역권을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지역권 설정을 청구할 것이 아니라 민법상 주위토지통행권이 인정되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지역권은 법원이 새로 만들어 주는 권리가 아닙니다
지역권은 일정한 목적을 위하여 다른 사람의 토지를 자기 토지의 편익에 이용하는 권리입니다.
통행을 목적으로 설정하는 통행지역권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통행지역권이 설정되면 맹지 소유자는 정해진 범위에서 다른 사람의 토지를 통행할 수 있습니다.
지역권은 토지 소유자 사이에 설정계약을 체결하고 등기를 마치면 취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방이 지역권 설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맹지 소유자가 일방적으로 설정계약을 체결할 수는 없습니다.
법원 역시 단순히 통행이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지역권을 설정해 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미 지역권 설정계약이 체결되었는데 상대방이 등기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지역권설정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계속되고 표현된 지역권을 장기간 행사하여 취득시효가 완성된 경우에도 등기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역권을 강제로 설정할 수 없다”는 말은 아무런 계약이나 취득시효 완성 없이 법원에 새로운 지역권을 만들어 달라고 청구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지역권과 주위토지통행권은 전혀 다른 권리입니다
지역권과 주위토지통행권은 다른 사람의 토지를 이용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성립 근거가 다릅니다.
지역권은 설정계약이나 취득시효 등 별도의 권리취득 원인이 있어야 합니다.
반면 주위토지통행권은 토지와 공로 사이에 필요한 통로가 없는 경우 민법이 직접 인정하는 법정통행권입니다. 일정한 요건을 갖추었다면 인접 토지 소유자의 동의가 없어도 성립합니다.
따라서 맹지 소유자가 다른 사람의 토지를 통행해야 한다면 먼저 지역권이 아니라 주위토지통행권의 성립 여부를 검토해야 합니다.
맹지라고 해서 언제나 통행권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주위토지통행권은 소유한 토지와 공로 사이에 그 토지의 용도에 필요한 통로가 없거나, 다른 토지를 통행하지 않으면 공로로 나가는 데 과도한 비용이 드는 경우 인정됩니다.
이미 이용할 수 있는 통로가 있는데 단지 길이 좁거나 돌아가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의 토지를 통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도 주거지역에서 공로로 연결되는 폭 2미터의 우회도로가 있는 사안에서 다른 토지를 이용하는 것이 더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주위토지통행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실제로 공로에 이르는 통로가 있는지, 기존 통로를 이용하는 데 과도한 비용이 필요한지, 토지의 현재 용도에 어느 정도의 통로가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통행 장소와 범위도 마음대로 정할 수 없습니다
주위토지통행권이 인정되더라도 맹지 소유자가 원하는 장소를 마음대로 통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통행 장소와 방법은 통행권자에게 필요한 범위에서 주위 토지 소유자에게 가장 적은 손해를 주는 방향으로 정해야 합니다.
차량 통행이 필요한지, 사람만 다니면 되는지, 통로 폭을 어느 정도로 정해야 하는지는 토지의 위치와 용도, 기존 통행로, 주변 현황 등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통행권자는 원칙적으로 통행으로 인하여 주위 토지 소유자가 입은 손해도 보상해야 합니다. 무료로 다른 사람의 토지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토지 소유자가 통행을 막으면 소송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주위토지통행권의 요건을 갖추었는데도 인접 토지 소유자가 담장이나 출입문을 설치하여 통행을 막는다면 법원에 주위토지통행권 확인과 통행방해금지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소송은 법원에 새로운 지역권을 설정해 달라는 소송이 아닙니다. 민법에 따라 이미 성립한 주위토지통행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 권리행사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해 달라는 소송입니다.
소송을 제기할 때는 지적도, 토지이용계획확인서, 현황사진, 측량도면 등을 통하여 통행이 필요한 구간과 폭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소송을 시작하기 전에 권리의 성격부터 구별해야 합니다
토지 소유자 사이에 지역권 설정 합의가 있다면 지역권설정등기청구를 검토해야 합니다.
장기간 일정한 통로를 개설하여 계속 사용해 왔다면 통행지역권의 시효취득 여부를 살펴봐야 합니다.
별도의 지역권 설정 원인은 없지만 공로로 나가는 데 필요한 통로가 없다면 주위토지통행권의 성립 여부를 검토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권리의 성격을 잘못 정하면 청구취지와 입증할 사실이 달라지고 소송 결과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맹지라고 해서 지역권을 강제로 설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민법상 주위토지통행권의 요건을 갖추었다면 상대방의 동의가 없어도 통행권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법률 근거
① 민법 제219조: 공로로 나가는 통로가 없거나 과도한 비용이 필요한 경우 주위 토지를 통행할 수 있습니다.
② 민법 제291조: 지역권은 일정한 목적을 위하여 다른 사람의 토지를 자기 토지의 편익에 이용하는 권리입니다.
③ 민법 제294조: 계속되고 표현된 지역권은 취득시효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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